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찬비 내리고 -나희덕

라포엠(bluenamok) 2014. 8. 15. 01:00

 

 

 

 

 

 찬비 내리고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