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흩으시든가 괴시든가/고정희

라포엠(bluenamok) 2014. 10. 1. 00:19

 

 




 

 

흩으시든가 괴시든가/고정희 

 

 

 

 

 

 

 

하느님
죄없는 강물에 불지르는 저 열사흘 달빛을 거두어들이시든가
어룽어룽 광을 내는 내 눈물샘 단번에 절단내시든가
건너지 못할 강에 다리 하나 걸리게 하.시.든.가


하느님
시월 상달 창틀 밑에 밤마다 우렁차게 자진하는 저 풀벌레 울음을 기어코 흩으시든가
내 간음의 가을을 뒤엎으시든가
짱짱한 아궁이에 장작을 피우시든가


하느님
우리 밥숟갈의 정의에 묻어 있는 독을 닦아주시든가
적멸보궁 진신사리 별밭 속을 운행하는 심판의 불칼을 멈추시든가
능곡지변 갈대밭에 늡늡한 능금나무 향기롭게 하.시.든.가





 

 

 

 

 

30.SEP.2014 by Jace
흩으시든가 괴시든가/고정희 
音:Kenny G The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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