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빛은 얼마나 멀리서

라포엠(bluenamok) 2014. 8. 7. 07:40

 

 

 

 

 

빛은 얼마나 멀리서 / 나희덕 

 

 

 

 

저 석류나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주홍빛 뾰족한 꽃이

그대로 아, 벌린 집이 되어

햇빛을 알알이 끌어모으고 있다

 

불꽃을 얻은 것 같은 고통이

붉은 잇몸 위에 뒤늦게 얹혀지고

그동안 내가 받아들이지 못한 사랑의 잔뼈들이

멀리서 햇살이 되어 박히는 가을

 

더 이상 사랑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어도

빛을 찾아나선 삶이기는

마찬가지, 아, 하고 누군가 불러본다

 

 

 

 

시집 <사라진 손바닥> 문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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