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대 영혼을 만지지 못하고
어찌 나의 영혼을 간직할 수 있나요?
어떻게 그것을 넘어 다른 것으로
높일 수 있을까요?
오! 칠흑 같은 어둠
그 어느 상실한 것의 옆에
깊은 당신의 마음이 흔들려도
흔들리지 않는
낯설고 아득한 그곳에
나의 영혼을 머물게 하고 싶어라.
그러나 당신과 나를 스쳐가는
모든 것들은
두 줄의 현에서 하나의 음을 켜는
바이올린의 활처럼 우리를 함께 사로잡는구나.
우리를 손에 쥐고 있는 연주자는 누구일까?
과연 우리는 어느 악기에 매어 있는 것일까?
오! 감미로운 선율이여.
첫 만남/문정희
(릴케를 위한 연가)
열일곱 살의 우수가 바스락거리는 가을밤
철 이른 추위처럼 스며 왔던 그대
온 몸이 떨리었지. 오래된 여학교 그 강당에서.
그 날 초대 시인은 머리를 상고를 깎은
우리의 시인 목월이었고
그와 함께 온 사내는
동구에서 온 눈이 큰
라이너 마리아 릴케, 바로 그였지.
<소녀여
시인이란 왜 그대들이 고독한지
그것을 말할 수 있기 위해
그대들한테 배우는 사람들이오>
세상의 모든 들풀이 서걱거리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나는 그만 소녀가 아니라 살로메가 되었지.
릴케, 그 사내를 독접하고 싶었지.
불길한 운명을 우려하는
목월의 눈매에도 아랑곳없이
그 사내를 대담하게 사랑하기 시작했네.
그 날 밤부터 나는 시인이고 말았네.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를 만난
열일곱 살의 가을밤부터.
Music-Dolly Parton/Slow Dancing With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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