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은 시간은 이렇게 살아요
/안개비 임현숙
그 해 오월 ,하늘 푸르던 날
나는 당신이라는 화분에 심겨진
사랑 나무 였습니다.
발이 부르터서 뒤뚱거리자
장릉 숲 길을 업고 걷던 당신
파란 하늘이 온통 분홍 빛이었어요
화분안에 뿌리를 내려
아름다운 사랑꽃을 피우고
열매 맺으며 지내온 세월
눈물이 나서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도 있지만
내가 피운 꽃은 눈물꽃 보다는
사랑꽃이 더 많았어요
사랑해서 더 아프고
사링해서 더 눈물이 나고
사랑해서 더 욕심을 내었어요
조금만 덜 사랑할걸
그러면 더 행복했을텐데요
당신 화분도 이젠 세월의 흔적에
금가고 이 나갔지요
사랑 나무도 단풍 들어
한잎 두잎 낙엽지고 있지만
사랑 나무 스러지면 내 죽음 끌어 안고
슬피 울어줄 당신이란 걸 잘 압니다.
기러기의 설움 홀로 삼키며
가족 위해 외줄 타기 삶을 살고있는
당신의 아픔을 헤아려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이렇게 살아요
하늘의 음성에 순종하며
오랜 친구처럼 서로 의지하고
야윈 손 꼭 잡고 호숫가 산책하고
아이들 사는 모습 지켜 보며
이 세상 소풍 끝날 때까지
마주보고 웃음 지으며 살아요
하얀 사랑으로 우러르며 존경합니다.
< 기러기 남편에게....> May.06,2011
*옆지기 생일에 보낸 편지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