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보내며
나목 임현숙
바다를 건너온 봄이
겨울잠이 목마른 내 빈한 뜨락에
바다 빛 수다를 풀어놓는다
지난겨울은
순결한 눈빛으로 기도를 가르쳤다
빈 들에서 주린 이를 위하여
눈밭에서 헐벗은 이를 위하여
겨울비처럼 눈물짓는 이를 위하여
다시 드러날 나의 허물을 위하여
지난겨울은 마음 수련원이었다
무언의 회초리로
내 안에 파도치는
노여움과 모난 등성이를 꾸짖어
참 어른다운 자리로 이끌었다
봄이면 철부지로 되돌아갈 일
겨울마다 받은 수십 개의 수료증이
마음 벽을 도배한다
이제 돌아갈 때라는 듯
봄의 헛기침이 뒷산의 잔설을 불어 내자
잰걸음으로 떠나는 겨울
미련 없이 꽃바람 품에 안기며
겨울의 언어로 배웅한다
다음에도 지엄한 회초리를 기다리겠다고.
-림(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