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엄마 걱정/기형도

라포엠(bluenamok) 2012. 2. 16. 09:50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의 엄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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