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향기로운 비/이어령

라포엠(bluenamok) 2012. 7. 6. 22:38



          향기로운 비/이어령 얼마나 큰 슬픔이었기에 너 지금 저 많은 빗방울이 되어 저리도 구슬피 내리는가. 한강으로 흐를 만큼 황하를 채울 만큼 그리도 못 참을 슬픔이었느냐 창문을 닫아도 다시 걸어도 방안에 넘쳐나는 차가운 빗발 뭔가 말하고 싶어 덧문을 두드리는 둔한 목소리 그런데 이 무슨 일이냐, 시든 나뭇잎들은 네 눈물로 살아나 파란 눈을 뜨고 못생긴 들꽃들은 네 한숨으로 피어나 주체하지 못하는 즐거움으로 빛살을 짓는다. 얼마나 큰 기쁨으로 태어났으면 저리도 많은 빗방울들이 춤추는 캐스테네츠의 울림처럼 그리움에 목 타는 목을 적시고 미어지는 가슴을 다시 뛰게 하더니 어느새 황홀한 무지개로 오느냐. 향기로운 비가 내린다. 너 지금 거기에 살아있구나. 표주박으로 은하의 강물을 떠서 잘 있다 잘 산다 말하려고, 너 지금 그 많은 비가 되어 오늘 내 문지방을 적시는구나. 비야 향기로운 비야.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부가 그리운 날/양현근  (0) 2012.07.12
안개꽃/복효근  (0) 2012.07.09
한토막의 柴木(시목)/반병섭  (0) 2012.04.29
엄마 걱정/기형도  (0) 2012.02.16
2012.01.16  (0) 2012.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