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내 발등 내가 찍었다

라포엠(bluenamok) 2023. 1. 26. 02:12

내 발등 내가 찍었다

 

                                                          임현숙

 

 

 

작은 정원을 꾸미고 있었다

단풍나무 아래에

달빛 같은 물망초도 심고

울 엄마 닮은 나팔꽃도 심고

패랭이꽃, 금낭화

오밀조밀 심고 나니

크고 화려한 꽃을 심고 싶었다

작약 나무를 고르자

주변 사람들 모두 아니라 했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병든 흔적이 보인다며 고개를 저었다

잘 키울 수 있다고 자신하며 덜컥 심었는데

꽃은커녕 숨어있던 병이 가지마다 출렁거린다

가지를 쳐내고 수혈을 해봐도

고질병인가 보다

'내 발등 내가 찍었다.'

때로는 조언을 귀담아들어야겠다.

 

 

-림(202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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