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라는 말의 온도
임 현 숙
당신에게로 가는 길 위에서
나는 불꽃으로 돌진하는 불나방이었습니다
오롯이 한 빛만 향해 파닥였지만
회전 벨트처럼 늘 제자리였던 길
때론 외로웠고
때론 슬픔으로 몸부림치며
스스로 상처 입던 길
사랑은 무지개색이라 말하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이글거리던 불꽃에 날개는 얼어버리고
비로소
그 길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더는 그립지 않아도 되는 일
더는 아프지 않아도 되는 일
이제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일
한 때 사랑이라 이름하던 그 길에
'용서해'라는 팻말을 박아 놓고 돌아오는 사람
그 말의 소름에
뜨거웠던 기억의 고리마저 고드름꽃이 피어납니다.
-림(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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