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의 기억
임 현 숙
잿빛 기억 너머
물지게를 지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내 나이 예닐곱이었을까
엄마의 물통을 잡고 바동거리며 쫓아가면
몇 발짝 못 가서
엄마의 허리가 기역 자로 휘어졌다
힘겹게 다다른 단칸방 부뚜막에는
누런 양회 봉지 쌀이 놓여있었고
먹고 싶은 것이 많았던 철부지는
매일 엄마의 속을 파먹는 독거미였다
어느 날은 불긋불긋 두드러기 때문에
뜨거운 부뚜막에 발가벗은 채 서 있었다
엄마의 심장은 불타는 소금밭이었다
영문 모르고 울고 있는 내 몸에
엄마는 조기를 절이듯 소금을 뿌려댔고
눈에서는 굵은소금 알이 쏟아졌다
민간요법인지 무지인지
아니면 가난인지
그때는 어려 알지 못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내 유년의 꿈이
산동네에서 울먹이며 커가고 있었다
산동네 사람은
너도나도
별을 잉태한 민둥산이었다.
-림(20120613)
https://www.youtube.com/watch?v=_CaKc5keR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