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문협 시분과 카톡방에서/시란 무엇인가?

라포엠(bluenamok) 2020. 1. 29. 08:29

안녕하세요~

지난 몇 년 동안 총무 및 회장으로 문협 일을 마치고 나니

앓던 이가 빠진 듯 후련하기도 합니다.

조용히 유령처럼 지내고 싶었는데...

김석봉 선생님의 열의에 책임을 다하려 애써봅니다.

내어주신 과제에 대해 저의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시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의 시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짧고 간결한 말로 나타낸 글' 입니다.

나에게 시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시는 삶의 원동력이요 버팀목입니다.

삶의 낭떠러지에서 물러설 곳이 없다 여겼을 때

절망을 딛고 일으켜 준 힘, 바로 시입니다.

제 블로그의 이름이 '글을 써야 사는 여자'입니다.

이처럼 살기 위해 매일 글을 썼고

글 한 편에 마음을 담고 후회와 다짐과 바람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죽음 앞에서 어느 시인의 글을 읽고

마음을 돌려 새 삶을 살았다고 하지요.

시는 그런 힘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읊은 내 마음의 노래에 아무도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글은 자신의 푸념일 뿐 시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무엇인가를 알고 난 후엔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시답지 않은 글을 많이 썼습니다.

몇 년 동안 시랍시고 쓴 글이 약 1,50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 몇 편이나 시다운 시일지 부끄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쓰면 쓸수록 부족함을 알아가고

조금씩 발전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쓴 글에 도취하여 노력하지 않는다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퇴고도 해보고 또 조언도 구해보며

시어 하나조차 적절한 시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열의를 다해야 합니다.

일생에 단 한 편만이라도 '소월'의 시처럼 널리 회자할 수 있기를 열망합니다.

나름대로 시의 정의를 내려보며

아래에 자작시 2편을 소개합니다.



* 내 시의 소재는 그리움입니다.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추억거리 모두가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의 봄날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며 그리움을 바탕으로 노래합니다.




12월을 달리며


                                                       나목 임 현 숙


 


한 세월의 종착역입니다
시간의 나래에서 베짱이처럼 지내던 날을 지우며
이마를 낮춰 손끝에 가시가 돋고
발목이 가늘어지도록 달려왔습니다


대못이 박히고 무릎 꺾는 날도 있었지만
발자국마다 반성문을 각인한 후 
낡은 지갑은 늘 배가 고파도
철든 눈동자엔 겁 없는 미소가 찰랑댑니다


겨울나무처럼 허울을 벗고 나니
어느 별에 홀로 떨어져도 삽을 들겠노라고
앙상한 발가락이 박차를 가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봄이 오지 않는다 해도
해쓱한 볼이 터지라 웃으며 달리렵니다.



-림(20141205)





잠 못 드는 이유


                                                   나목 임 현 숙




함박눈 은혜로이 자장가 부르는 밤
미끄러지는 차의 굉음만 고요를 흔들고
밤은 새벽으로 가는 중


지친 눈은 자자 자자고 애원하는데
쌀쌀한 잠은
그리움 사무치던 옛 밤처럼
저만치 물러서 있구나


나란히 늙어가는 창밖 단풍나무도
마지막 잎새 떨군 지 오래
나이 탓일까


문득
되돌아오는 먼 서러움
이 밤이 무섭구나.



-림(20200115)



나목의 블로그: 글을 써야 사는 여자  http://blog.daum.net/gracelim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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