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라포엠(bluenamok) 2015. 1. 26. 00:42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덕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남도 천리길에 깔린 세상의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들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톱을 툭,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인생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살아있는 존재여 쓸쓸함이랑 여백이구나, 큰 여백이구나 헤어짐이랑 여백이구나, 큰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아니면 네 발 아래로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Ray of Love 외 / Den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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