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가을 아침에 임 현 숙 흙빛 까칠한 가랑잎 연둣빛 흔적 자취 없고 발길에 채는 쓸쓸한 낭만 거울 속에서 아침마다 만나는 여자와 닮았다 오늘도 그 여자 마른 입술에 쓸쓸함이 엿보지 않게 갈바람이 티 나지 않게 살짝궁 불씨를 지핀다 봄처럼 피라고 단풍처럼 도도하라고 주문을 걸면 담..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10.23
그 추석이 그립구나 그 추석이 그립구나 임 현 숙 그 추석에는 언니 오빠 형부 시누이 다 모여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상을 물리고 나면 고스톱판이 벌어지곤 했다 슬쩍 잃어주며 흥을 돋우는 남편 서로 잘 못 친다고 탓하는 오빠와 형부 그 틈에서 "고"를 외치며 깔깔거리던 나 뒷손이 착착 잘 붙는 시누이 추..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9.28
가을의 편지 가을의 편지 임 현 숙 가을이 편지를 보내옵니다 낙엽 갈피에 갈바람으로 꾹꾹 눌러쓴 자국마다 어느 가을날의 추억이 도드라집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찢으며 돌아서던 날 단풍은 서럽게 붉었고 연민이 발뒤꿈치를 부여잡았습니다 사랑은 지독한 열병이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이지만 도..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9.23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그 무엇이라도 좋으리 임 현 숙 가을엔 무엇이 되어도 좋으리 들녘을 나는 한 줄기 바람 논두렁 밭두렁 가 널브러진 들꽃 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 그 무엇이라도 감사하리 노랗게 빠알갛게 익어 가는 풍경 속에 저무는 노을이어도 행복하리 호흡 있음이 경이롭고 꽃이라 부르는 그대 있..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9.10
정전 정전 임 현 숙 정전되자 전기를 먹고 사는 것들이 모두 휴가 중 "빛"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기력하다 인터넷을 헤매던 마음이 길을 잃고 손전화를 주무르던 손가락엔 신경질이 돋아나고 초라한 허기는 불 켜진 식당으로 밀물처럼 몰려간다 전기 없는 하루가 어긋난 가위처럼 삐거덕거리..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9.05
뒷모습에 박인 그리움 뒷모습에 박인 그리움 임 현 숙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은 수평선 너머에 그리움을 두고 온 사람이다 푸른 정맥에 흐르는 말간 피가 끈적해지는 동안 이 땅에 살아있도록 온기를 준 모든 것들을 잊지 못해 날마다 되새김질하는 사람이다 뒷모습이 젖어있는 사람은 다시 부둥켜안을 수 없는..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8.09
CD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CD가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 시가 노래가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박혜정님(작곡가, 수필가)이 작곡 하시고 소프라노 이정훈님이 부르셨어요. 많이 사랑해 주세요~ 나 사는 동안 임현숙 작시, 박혜정 작곡, 소프라노 이정훈 나목의 글밭/음표·노래가 된 시 2015.07.24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임 현 숙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자락 별빛 헤며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7.11
加 입국시 허가 받아야… 전자 여행 허가 프로그램(eTA) 실시 加 입국시 허가 받아야… 전자 여행 허가 프로그램(eTA) 실시 작성일 : 15-08-06 07:46 지난 8월 1일부터 캐나다 전자 여행 허가 프로그램 eTA가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한국 여권을 소지한 한국인이 6개월 미만으로 캐나다를 방문하거나, 캐나다에서 항공편을 갈아타는 경우 eTA가 요구된다. .. 정보 창고/생활 정보 2015.07.07
유월 햇살 유월 햇살 임 현 숙 유월 아침 선잠에서 기어 나오면 앳된 햇살이 얼싸안는다 거저 누리는 이 행복 물은 쓰는 만큼 대가를 내라 하지만 햇살은 여태 고지서 한 장 보내지 않는다 여름이면 금빛 햇살 사치스럽게 걸치고 겨울이면 해쓱한 햇살 졸졸 따라다녀도 사나운 표정 지은 적 없이 나..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6.22
백년 손님 백년 손님 나목 임현숙 딸을 가진 어머니라면 누구나 사위에 대한 꿈이 있을 것이다. 내 친정어머니도 바람이 있었다. 복스러운 외모에 유머러스하고 붙임성 좋은 사윗감을 원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꿈과는 거리가 먼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남편은 뚝뚝하고 평소에 말이 별로 없는 사람..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5.06.04
어떤 부부 어떤 부부 임 현 숙 멀리서 보아도 키 크고 멋진 남자 아담한 키에 미소가 예쁜 여자 두 사람은 부부이다 푸드코트 한 모퉁이 식당에서 날마다 삶과 투쟁을 한다 식자재 구매는 남자의 몫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호박이 넘쳐나는데도 가격이 좋아 또 사오면 으레 지청구가..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6.04
가로등 가로등 임 현 숙 모두가 퇴근하는 시각 집을 나선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늘 같은 자리에 서서 침침한 눈으로 주위를 밝히며 습관처럼 발자국 소리를 매만진다 아직도 취직 못 한 일류대 졸업생의 처진 어깨 긴 그림자로 끌어안고 곤드레만드레 아저씨 발목 걱정스레 쏘아보며 고물 줍는 ..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4.23
百年-문태준 百年-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04.01
좋은 친구 좋은 친구 임 현 숙 별이 졸려 까무러칠 때쯤 다중 인격을 갖은 친구, 컴퓨터를 재우고 커튼을 젖히면 코발트 빛 하늘 장막이 온 밤을 싸 안고 내 침실에 고요를 내린다 그제야 등을 끄고 허리를 편다 시계 소리 자장가 삼아 뒤척이다 깜박 눈을 뜨면 컴퓨터의 파란 눈이 유리창에 박혀있..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3.26
자리 지키기 자리 지키기 나목 임현숙 봄비가 촉촉이 내린 3월 어느 날, 퇴근길 옥상 주차장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하듯이 가로등도 땅거미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불을 밝힌다. 사람이나 물건 모두 본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힘들다고 게으름 피우고 짜증 내며 일하는 것보다..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2015.03.21
이따금 이따금 임 현 숙 똑딱 똑딱 메트로놈처럼 하루를 산다 똑딱 똑딱 시계추처럼 하루가 간다 이따금 뚜욱 딱 뚜우 딱 고장 난 시계 나라에 머물고 싶다. -림(20150307)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5.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