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어떤 부부

라포엠(bluenamok) 2015. 6. 4. 06:56
      
      
      어떤 부부
                                                       임 현 숙
      멀리서 보아도 키 크고 멋진 남자
      아담한 키에 미소가 예쁜 여자
      두 사람은 부부이다
      푸드코트 한 모퉁이 식당에서
      날마다 삶과 투쟁을 한다
      식자재 구매는 남자의 몫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호박이 넘쳐나는데도 가격이 좋아 또 사오면
      으레 지청구가 쏟아지고
      말 포탄이 뿅 뿅 오고 가다가
      늘 승리는 여자 편
      남자의 포탄이 바닥난 후에도
      여자는 한동안 포구를 거두지 않지만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직한 손바닥에 비타민 한 알과 물을 건넨다
      상처 없는 싸움이 이 부부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함께 있기에 옥신각신할 수 있는 법
      건강한 부부의 모습을 지켜보는
      외기러기 가슴엔 
      불발탄이 늘어만 간다.
      -림(201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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