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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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치과보험/CDCP

https://seoul-dental.ca/ko/372%ED%8E%B8-%EC%BA%90%EB%82%98%EB%8B%A4-%EC%B9%98%EA%B3%BC%EB%B3%B4%ED%97%98-the-canadian-dental-care-plan-cdcp-1%ED%8E%B8/ Seoul Dental Clinic - Coquitlam - 372편: 캐나다 치과보험 (The Canadian Dental Care Plan : CDCP) – 1편밴쿠버 서울치과 강주성원장의 삼대(三代)를 위한 치과상식 372편: 캐나다 치과보험 (The Canadian Dental Care Plan : CDCP) – 1편 안녕하세요? 밴쿠버 서울치과 강주성 원장입니다. 지난주에는 새해 첫 연seoul-dental.ca

아침을 향유하다

아침을 향유하다  임현숙   도시락을 준비해 보내고고구마 한 개와 사과 몇 조각에마악 내린 커피 한 잔의 아침을 만난다방해꾼도 급한 일도 없는 오붓한 내 시간이다쌉싸름한 맛이누군가에겐 독이 되고누군가에겐 하루의 보약싸늘해진 마지막 한 모금에설핏 그날의 아침이 얼비친다커피를 호호 불어 마셔야 하던 그 아침서둘러 나서야 했던 하룻길이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이라서아침을 음미하는 호강이 멀기만 했다 커피를 호호 불며 마시는 건 빈 들을 지나는 바람 소리 같은 일발바닥 지문이 닳도록 겅중거리며손가락 끝에 가시가 돋아나던그날들이 목구멍에 걸린다 구슬픈 커피오늘에 이르는 마중물이었으리뜨거운 커피와의 느긋한 입맞춤  여왕의 아침이 부럽지 않은노을길의 푸른 신호등이다. -림(20240912)  https://www.you..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임현숙  카카오톡 창에서 사라지는 낯익은 이름들요단강을 건넌 이름도 차마 지우지 못해생각나면 열어 보곤 하는데어디로 갔을까 '알 수 없음'으로 뜨는그리운 이름들전화기가 바뀌어서인연이 다해서사라졌다면그뿐세상에서 호흡이 멈춘그 이름이아픔일 뿐이다.  -림(20240819)  https://www.youtube.com/watch?v=0jlvVN--gj8

가을날

가을날 임현숙    하늘빛 깊어져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면심연에 묻힌 것들이명치끝에서 치오른다단풍빛 눈빛이며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말씨 곱던 그녀랑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다시 만난다면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나무 빛깔에 스며들며덜컥 가을의 포로가 되고 만다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거리고달님도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림(20230930) https://www.youtube.com/watch?v=bJQ68cLW0CY&t=2s

쓸쓸

쓸쓸 임현숙  푸르름이 바래질 무렵이면무 이파리 여름의 기억을 질끈 동여맨 채시골집 처마 밑에서 늙어 갔다  뒷산에 단풍 가랑잎 지고 찬비 내리면허리 굽은 큰 형님시래기를 삶아 국을 끓였다 코를 긁는 구수한 냄새에눈치 없는 뒷집 영자 엄니초저녁별 앞세워 마실 왔다지 가을은 태평양을 건너와텅 빈 들녘 같은 쓸쓸을 질펀하게 풀어 놓고시린 속 달래려고향의 맛 시래깃국 끓이는데 푸름이 하루를 달구던 내 여름날이 우러나며쓸쓸에 쓸쓸을 더하고행여나눈치 없는 누군가 기다려진다 초저녁별빛도 쓸쓸이다.  -림(20240902) https://www.youtube.com/watch?v=92eh9cWz8Hw

모란

모란 임 현 숙  내 마음속 스란치마어찌 알고 자락 자락펴놓았을까 열 길 내 속엔스란치마 끌며 몸종 거느리는공주가 숨어 살지 스란치마 폭에서 졸고 있는저 반반한 햇살 좀 봐 시샘하듯 달려오는바람의 버선 콧날치맛자락 들치고 냉큼 달아나네 공주의 숨비소리개미 병정들 바람을 쫓고졸던 햇살 날아가며여울지는 초록 윤슬 동화가 살아나는 뜨락에황실의 유월이조곤조곤 피고 있네. -림(20240531) https://youtu.be/rA7bjHMoUCA

주름살

주름살 임현숙  말갛게 세안하고 거울 앞에 앉습니다이맛살 모래톱에 세월이 파랑입니다잔물결 파고마다 들고 나던 이야기삶의 벼랑에서 눈물짓던 날의 기도눅눅한 하늘에 돋아나던 별과의 대화며미움과 용서로 문드러지던 순간들이살모사처럼 빳빳이 고개 듭니다남루하나 진솔했던 생의 일기장을꼼꼼히 손가락 다림질하는데잘라내고 싶은 가시들이 헛기침합니다삶을 한 번만 연습할 수 있다면가시 없는 파랑으로 너울거릴까요 오늘도 모래톱에 파랑은 출렁이고덜 여문 하루가 비릿한 냄새를 풍깁니다부디 부끄러운 이름은 새기지 말자고 앞서가는 머리에 당부합니다. -림(20240817)  https://www.youtube.com/watch?v=YFeRDu7B4d4

골목길 가로등

골목길 가로등 임현숙  모두가 퇴근하는 시각 출근한다모자를 푹 눌러쓰고 늘 같은 자리에 서서침침한 눈으로 어둠을 밝히며습관처럼 발소리를 매만진다취업에 고민하는 젊은이의 처진 어깨긴 그림자로 끌어안고곤드레만드레 아저씨 걱정스레 쏘아보며고물 줍는 할머니 굽은 등이 밤하늘보다 더 무거워빈 수레바퀴를 굴리는 눈길딸아이가 돌아올 무렵이면 두 눈 부릅뜨고더욱 열심히 안경알을 닦는다허름한 하루하루 말없이 다독이다 보면이따금 슬퍼져 눈을 껌뻑인다그들이 곤히 잠든 후에도골목을 지키는아버지의 자상한 눈빛이다. -림(20170812) https://www.youtube.com/watch?v=Pg-j66dnc7I

고수머리의 설움

고수머리의 설움 임현숙  그녀 머리카락은 반곱슬에다 울창한 솔숲이었다멋 내기를 알던 날부터얼굴보다 머리 매만지기에 공들였는데세월이 허리 굽고 나서솔숲에 바람길 나고 빗질 한 번이면 다소곳하다그녀 딸이 그녀를 똑 닮아속절없는 유전자 타령에 입이 툴툴댄다'나도 긴 머리 찰랑찰랑하고 싶어요'미안한 마음을 매직 파마로 달래주기도 하지만얼마 안 가 다시 돌아오니  날마다 전기 고문 비명 윙윙거리고화상 입은 곱슬은 더욱 까칠해진다세월을 따라가다 보면 고분고분해지련만 꽃나이에 멋 내고 싶은 설움이머릿결 따라 구불구불 흐른다   그녀는 딸의 솔숲을 쓰다듬으며 웅얼거린다 *알라딘 램프의 지니를 불러내고 있다.  -림(20240716) *알라딘 램프의 지니: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등장인물로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

갈증

갈증 임현숙   땡볕이 마그마처럼 흘러내려 아름드리 산이 불산이다불길은 마을을 삼키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천재여도 인재여도 가문 여름 탓이다 강물도 흐름이 굼뜬 나날에어컨 바람 속에서한여름을 보내는 시심도 달구비를 기다린다 후두두둑반가운 빗방울 후둑이는 아침노랗게 시름하던 풀잎 생글거리고저 앞 강물도 거푸거푸 빗물을 받아먹는다 여름을 식히는 말발굽 빗살에목타던 푸른 것 게걸스러운데꽃 지고 그루터기만 남은 고목의 시심은불붙지도 젖지도 않는 모래사막 한 사흘 밤낮 들이키면 젖어 들까달아나려는 달구비의굵은 종아리를 부여안는다.  -림(20240729) https://www.youtube.com/watch?v=XsO-iCsvCr8&t=28s

내 유년의 골목길

내 유년의 골목길  임 현 숙     내 유년의 골목길은 놀이터술래잡기 고무줄놀이 까르르 깔깔옷은 꼬질꼬질해도 마음은 아라비아 부자였다어린 발자국 집으로 돌아가면 구뜰한 냄새 가장을 반기고뿌연 외등 깜박이며 연인들 입맞춤 눈 감아 주기도 했다밤 깊어 출출할 무렵 부르잖아도 찾아오는 야식 배달메~밀~~묵 찹~쌀~~떡~~~좁은 골목길은 고릿하지만 정겹고 은근한 멋이 있었다세월이 무심히 흘러 찾아간 그 골목엔유년의 웃음소리 대신 자동차가 거드름 피우고 있고하늘로 향하는 욕망이 빚은 건물 창마다 옛 시절 흐논다허우룩해 멈춰 선 귓가에 메아리치는 풀잎피리 소리   포장도로 저만치서 어린 발소리 달려온다.   -림(20190826)  https://youtu.be/A16zUdbg6UU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임현숙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어린 날골목길이 미어지라 몰려다니며전봇대에 술래 세워소리 높이 외쳐 하던 놀이 술래 몰래 다가가기굼벵이라서 잘 들켰지 어른이 되어선세월과 둘이 놀이하며 늘 들킨다내일은 이기리라 다짐해도내일은 언제나 내일일 뿐 오랫동안 술래인 세월은조롱하듯 히죽거리지만 이번엔 어림없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오늘은 꼭꼭내가 이긴다. -림(202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