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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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고수머리의 설움

라포엠(bluenamok) 2024. 8. 24. 00:36

 

고수머리의 설움

 

임현숙

 

 

그녀 머리카락은 반곱슬에다 울창한 솔숲이었다

멋 내기를 알던 날부터

얼굴보다 머리 매만지기에 공들였는데

세월이 허리 굽고 나서

솔숲에 바람길 나고 빗질 한 번이면 다소곳하다

그녀 딸이 그녀를 똑 닮아

속절없는 유전자 타령에 입이 툴툴댄다

'나도 긴 머리 찰랑찰랑하고 싶어요'

미안한 마음을 매직 파마로 달래주기도 하지만

얼마 안 가 다시 돌아오니  

날마다 전기 고문 비명 윙윙거리고

화상 입은 곱슬은 더욱 까칠해진다

세월을 따라가다 보면 고분고분해지련만 

꽃나이에 멋 내고 싶은 설움이

머릿결 따라 구불구불 흐른다   

그녀는 딸의 솔숲을 쓰다듬으며 웅얼거린다

 

*알라딘 램프의 지니를 불러내고 있다.

 

 

-림(20240716)

 

*알라딘 램프의 지니: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등장인물로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요정

 

 

 

https://www.youtube.com/watch?v=cL73OFweo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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