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우리 설날
임현숙
까마득한 고향 하늘엔
방패연, 가오리연 빙빙 돌고
알뜰한 울 언니는 장을 보며 한숨짓겠지
이맘때면 더 치솟는 물가에
근근이 사는 사람은 명절이 무섭다했어
내 어릴 적 설날엔
기름 냄새만 맡아도 행복했지
동그랑땡, 동태 전, 녹두전
입이 많은 집에선 고구마 전을 부치기도 했어
명절은 잔칫상을 받는 것 같았지
평소에 구경하기 어려운 고깃국 고기반찬도 먹을 수 있었거든
종합선물세트는 어린 내게 최고의 선물이었어
엄마가 사 주신 새 신발은 발보다 커서 툴툴거리면서도
새 신이 좋아 뛰어다녔는데
발도 키도 더 자라지 않는 지금 엄마의 손길이 그립네
고향을 떠나 살다 보니
사람이 그립고 명절 냄새가 그립다네
부엌에서 종종거려도 시끌벅적 이던 설날이 좋았어
맛있는 소고기 실컷 먹어도 옛 설에 먹던 고구마 부침이 맛에 비할까
올 설날엔 고구마 전 부쳐 고향냄새 풍겨보려고.
Jan.19,2012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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