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일의 약속"
얼 만큼 원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얼 만큼 사랑하면 그렇게 험한 길을 자초할까요
"천일의 약속"을 보는 날엔 꼭 한차례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근래엔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김수현 극본의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요
언어의 마술사라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지만
대사가 강하고 길고 수다스럽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요
김수현 작가가 불륜을 미화해서 조장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이런저런 이유 다 제쳐놓고 저는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내용인즉 한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데
남자에겐 정혼자가 있었고 여자도 알고 있으면서 열렬히 사랑을 했다
그러다 남자가 결혼하게 되어 둘은 헤어지기로 했는데
여자가 알츠하이머 환자인 것을 알게 된 남자는 파혼을 하고 그 여자와 결혼을 한다
오늘 방송 줄거리는 신혼여행 중에 여자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갈등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임신을 해 약을 먹을 수 없게 되자 남자는 유산할 것을 종용하지요
하루라도 더 여자를 곁에 두고 싶다는 이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려운 거지요
반면 여자는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고 난 후 낳기로 합니다
여자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엄마가 여자를 버리고 도망갔대요
모정이 그리움에서 증오로 바뀐 세월을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며
차마 그 아이를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없다는 이야기이니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엄마 이야기를 꺼내며 펑펑 우는 여자를 껴안는 남자...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알츠하이머,
참 멋진 발음과 달리 천형 같은 병,
자아가 무너져 내리고 주변 사람들을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하는 암보다 더 무서운 병입니다
몇십 년을 부부로 살다가도 이 병에 걸리면 간호하기 어려워 시설로 보내는 일들을 주변에서 보았는데
뻔히 어려운 상황이 눈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랑을 껴안는 그 남자의 사랑,
얼 만큼 사랑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내 모든 것을 희생할 만큼 큰 사랑.
"서연아, 나는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너와 살고 싶어..."
그 남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비현실적이어서 더 보게 되는 드라마에 감동한 날
나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마음은 그런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Nov.29,2011 Lim --"천일의 약속"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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