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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그리운 날의 편지(2)

라포엠(bluenamok) 2011. 11. 24. 02:03

 

 

 

 

 

그리운 날의 편지(2)

                     /안개비 임현숙

 

 

 

첫눈이 내리고 처마에 고드름 열리는 겨울을 또 맞이합니다

당신이 내 곁을 훌쩍 떠나가듯 고운 낙엽이 세월 속으로 져버리고

고즈넉한 겨울이 빈자리에 똬리를 틀었습니다

당신이 계신 곳에는 낙엽이 날리지도 눈이 내리지도 않겠지요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눈물짓지도 한 여인으로서 긴긴 밤 한숨지을 일도

다시는 폭폭 하게 우실 일도 없으신 천년 왕국에서 안식하실 당신은 

가슴 속의 옹이진 한을 풀어놓지도 못하고 변두리 야산에 몸을 누이셨지요

당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시던 아들도 그 먼 곳으로 가셨는데 알아보셨는지요

나는 한 사람을 잃어버렸는데 당신은 그리던 한 사람을 품에 안으셨습니다

세월은 그렇게 슬픔과 기쁨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리운 엄마,

어찌 꿈에도 한 번 오지 않으시나요

힘들고 슬픈 날에만 보고 싶어해도 나의 대지요 생명이 움튼 곳이기에

당신의 따뜻한 양수羊水가 그립습니다

해가 갈수록 거울 속에 당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얀 머리카락, 우수 어린 눈매에 자식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까지

어쩌면 그리 닮았는지요

이제야 깨닫는 엄마의 사랑에 당신이 간절히 보고 싶은 날,

어머니,

오늘 밤에 방문을 열어놓겠습니다.

 

 

 

                                  Nov.24,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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