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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세월의 한 갈피를 넘기며

라포엠(bluenamok) 2024. 12. 10. 07:22

 

세월의 한 갈피를 넘기며

 

임현숙

 

 

발걸음이 허둥거린다

십이월이다

욕망의 깃털을 다 떨군 나무가

성자의 눈초리로 깃털 무성한 사람을 바라본다

 

나무처럼 살고 싶었으나 삶의 꼭두각시였던 나

빗장 걸린 일상의 쳇바퀴에 배설물이 그득하다

오래 묵어도 삭지 않는 것들은 

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걸까

쪼그라진 심장에 더께더께 얼룩진 상흔

인연의 숲에서 긁히고 베인 심장을 치료한 것은

지극히 사소한 것이었다

귓불 적시는 빗방울 소리라던가

한 줄의 시구에서 아롱지던 햇살꽃

그리고

그냥 생각나서 걸었다는 누구의 전화 같은

스쳐 가는 것들이 수호천사였다

고맙구나 내 곁을 스치는 것이여

어쩌면 내일엔

닿지 않는 것을 탐하던 붉은 깃털을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갈지자 그리던 신발 콧등 나란히

세월의 한 갈피를 넘기며

뒤안길로 점점이 흩어지는 붉은 깃털들.

 

-림(20241203)

 

 

 

https://www.youtube.com/watch?v=RJ3P0Uxaz1E&t=20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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