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봄이 오면

라포엠(bluenamok) 2011. 3. 4. 08:07

 

 

 

 

 

 

 봄이 오면

           안개비 임현숙

 

 

 

바람 타고 내려 오는 봄비가

유리창에 살포시 입맞춤하면

톡톡톡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에

포르르 달려가 창문을 연다.

잿빛 구름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하늘빛이

푸른 바다 같다.

 

봄이 오면  너른 바다를 보고 싶다. 

아득한 수평선 너머 그리운 이들이 사는 곳,

동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한껏 마시며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싶다.

바람 속에 묻어 오는 도란도란 어제의 이야기,

푸른 바람에 실려 오는 들녘의 봄 향기,

수런거리는 삶의 일기를 듣고 싶다.

 

봄이 오면  마음의 호사를 누리고 싶다.

일상을 떼어 버리고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다.

봄나들이 나서서 예쁜 꽃이랑 소곤거리며

하루를  일 년처럼 길게 늘여 십 년의 여행을 하고 싶다.

로키산맥 구석구석 발 닿지 않은  호수의 물빛을 보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하늘에 닿을 듯 키 큰 나무 숲과

그 속에 숨겨진 겨울의 이야기들을 엿듣고 싶다.

 

봄이 오면  그리운 이들에게 가고 싶다.

봄볕 따스한 날이면 봄바람 들어 간질거리는 마음을

쑥이랑 냉이랑 캐며  삭이고 마냥 행복해하던 친구들

눈에서 멀어져 혹 나를 잊은 건 아닌지

향기롭던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싶다.

 

봄이 오면 서러운 겨우살이에 손잡아 주었던 이웃들에게

사랑의 밥상을 차려주고 싶다.

한껏 솜씨를 부려 한 상 가득 고마움이 담긴

성찬(盛饌)을 베풀고 싶다.

찰나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인정의 따스한 빛이

다시 찾은 봄날의 밑거름이 되어 싹을 틔우고 있음을

작은 정성으로 보답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마음 밭을 일구고 싶다.

투정의 돌멩이를 골라내고 질척한 눈물샘을 메우고

사랑과 감사의 거름으로 마음 밭을 고르어

삶의 겨울 동안 움츠렸던 마음의 이랑에

희망 꽃, 기쁨 꽃, 감사 꽃 씨를 심어

그윽한 향이 나는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다.

 

 

                             Mar.4,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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