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에
...Lim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밖을 쳐다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진눈깨비가 마음을 흔들더니
오늘은 씨알 같은 싸라기 눈이 소리 없이 내리며
생각에 젖게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앞 서 가는 차들이 달팽이 기어가듯
꿈틀 꿈틀.....
2004년 1월 1일,
벤쿠버에 도착한 날이다.
한국에서 1월 1일에 비행기를 탔으니
새해를 두 번 맞이한 셈이었다.
아마도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이
그 겨울 부터인 것 같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B.C주 태평양 연안 코스트마운틴 지붕위에
눈이 하얗게 덮여 있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3년전 여름에 가족 여행 왔을 때의
그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겨울이 따뜻해서 비가 많이 오는
벤쿠버의 닉네임이 레인쿠버 이듯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개비,실비,가랑비
때로는 장마비 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비,
비를 친구처럼 여기지 않으면
우울증 걸리기 딱 알맞은
그런 겨울이었다.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 현상 이라더니
이제 이 곳도 눈이 많이 오는 기후가
되었나 보다.
제설에대한 준비가 거의 없던 곳이어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은 차를 밑에 두고
한참을 걸어서 집에 가기도 한다.
큰 길은 제설을 하지만
집 앞 도로는 웬만해서 제설차가 지나가지 않으니
차로 내려 오지도 못하고...
언덕 위에 크고 전망 좋은 곳 찾아서
정착했던 한국인들이
한 겨울 지나고 나면
꾸역꾸역 아래로 이사를 하는
진 풍경이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겨울은
춥기는 했어도
추억이 많은 날들 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내리면
전화 한 통에 득달같이
옷 챙겨 입고
친구들 차에 태우고
눈 내리는 풍경이 잘 보이는
찻 집에 앉아
호르르 깔깔...
큰 돈 안 들어도
분위기와 향 좋은 커피와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던 날이 있었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
오늘은 또 그 친구들이 그리운 날이네...
반대편에서 내려 오던 차가 스르르르
내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 온다.
에구그그...
살짝 옆으로 비켜간다.
핸들 잡은 손에 살짝 땀이 배어난 순간이다.
얘~ 현숙아, 정신 차려~~~*
Nov.25,2010
한계령 /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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