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눈이 내리는 날에

라포엠(bluenamok) 2010. 11. 26. 13:40

 

 

 

 

   눈이 내리는 날에

                                                     ...Lim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밖을 쳐다 보니

눈이 내리고 있다.

며칠 전에는 진눈깨비가 마음을 흔들더니

오늘은 씨알 같은 싸라기 눈이 소리 없이 내리며

생각에 젖게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앞 서 가는 차들이 달팽이 기어가듯

꿈틀 꿈틀.....

 

2004년 1월 1일,

벤쿠버에 도착한 날이다.

한국에서 1월 1일에 비행기를 탔으니

새해를 두 번 맞이한 셈이었다.

아마도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이

그 겨울 부터인 것 같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B.C주 태평양 연안 코스트마운틴 지붕위에

눈이 하얗게 덮여 있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3년전 여름에 가족 여행 왔을 때의

그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겨울이 따뜻해서 비가 많이 오는

벤쿠버의 닉네임이 레인쿠버 이듯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개비,실비,가랑비

때로는 장마비 처럼 주룩주룩 내리는 비,

비를 친구처럼 여기지 않으면

우울증 걸리기 딱 알맞은

그런 겨울이었다.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 현상 이라더니

이제 이 곳도 눈이 많이 오는 기후가

되었나 보다.

제설에대한 준비가 거의 없던 곳이어서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언덕 위에 사는 사람들은 차를 밑에 두고 

한참을 걸어서 집에 가기도 한다.

큰 길은 제설을 하지만

집 앞 도로는 웬만해서 제설차가 지나가지 않으니

차로 내려 오지도 못하고...

언덕 위에 크고 전망 좋은 곳 찾아서

정착했던 한국인들이

한 겨울 지나고 나면

꾸역꾸역 아래로 이사를 하는

진 풍경이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겨울은

춥기는 했어도

추억이 많은 날들 이었는데...

이렇게 눈이 내리면

전화 한 통에 득달같이

옷 챙겨 입고

친구들 차에 태우고

눈 내리는 풍경이 잘 보이는

찻 집에 앉아

호르르 깔깔...

큰 돈 안 들어도

분위기와 향 좋은 커피와

사랑하는 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에

웃음이 끊이지 않던 날이 있었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

오늘은 또 그 친구들이 그리운 날이네...

 

반대편에서 내려 오던 차가 스르르르

내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 온다.

에구그그...

살짝 옆으로 비켜간다.

핸들 잡은 손에 살짝 땀이 배어난 순간이다.

얘~ 현숙아, 정신 차려~~~*

 

 

                         Nov.25,2010

 

                                                                                                                              

                                                                         한계령 / 양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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