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가을 노트/문정희

라포엠(bluenamok) 2013. 11. 11. 00:48

 

 
 
 
 
      가을 노트...문정희
      Autumn notes...Moon.J.H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

       

       

       

      겨울 일기...문정희

      Winter diary...Moon.J.H


      나는 이 겨울을 누워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려
      염주처럼 윤나게 굴리던
      독백도 끝이 나고
      바람도 불지 않아
      이 겨울 누워서 편히 지냈다.

      저 들에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추워 울어도
      서로 서로 기대어 숲이 되어도
      나는 무관해서

      문 한번 열지 않고
      반추동물처럼 죽음만 꺼내 씹었다.
      나는 누워서 편히 지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이 겨울.

       

      가을밤에 시인들은...문정희

      Poets in the Autumn night...Moon.J.H


      가을 밤에 시인들은
      깊은 잠을 자도 좋다.

      머리맡에
      하얀 원고지
      기도처럼 펼쳐 놓고
      깊이 잠들면

      밤새
      누군가 조용히 찾아와
      낙엽 같은
      시구 하나
      떨구어 놓고 가리니

       

       

       

                           

                     

                    10.NOV.2013 by J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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