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은 시월은 임 현 숙 더는 버릴 게 없는데 더는 잃을 게 없는데 가을이 와서 자꾸 잊으라 하네 하지만 아직은 황홀한 시월 감청색 하늘에 흰 구름 꽃 저마다 물드는 잎새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바라보는 눈길이 애틋하구나 유행 지난 옷처럼 초라한 이 마음의 나래 다시 한 번 붉게 붉게 물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05
가을 아침에 < 가을 아침에 임 현 숙 흙빛 까칠한 가랑잎 연둣빛 흔적 자취 없고 발길에 채는 쓸쓸한 낭만 거울 속에서 아침마다 만나는 여자와 닮았다 오늘도 그 여자 마른 입술에 쓸쓸함이 엿보지 않게 갈바람이 티 나지 않게 살짝궁 불씨를 지핀다 봄처럼 피라고 단풍처럼 도도하라고 주문을 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10.03
더 깊은 울림으로 더 깊은 울림으로 임 현 숙 나무들이 미늘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르르 마른 잎을 털어내며 가을이 깊어갑니다 내 몸에서도 비늘이 떨어집니다 씁쓸한 추억, 떫은 미련, 부질없는 욕망 지는 건 거름 되어 다시 사는 것이나 잊히기에 서글픈 일입니다 가없는 꿈길을 걷다가 걷다가 당신의 코..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9.25
그 추석이 그립구나 그 추석이 그립구나 임 현 숙 그 추석에는 언니 오빠 형부 시누이 다 모여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상을 물리고 나면 고스톱판이 벌어지곤 했다 슬쩍 잃어주며 흥을 돋우는 남편 서로 잘 못 친다고 탓하는 오빠와 형부 그 틈에서 "고"를 외치며 깔깔거리던 나 뒷손이 착착 잘 붙는 시누이 추..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9.22
2018.09.15 중앙일보 게재/구월이 오면 https://joinsmediacanada.com/bbs/board.php?bo_table=enews&year=2018&month=9&wr_id=928&sc_no=#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8.09.18
가을의 이름 가을의 이름 임 현 숙 허공을 맴돌며 낙하하는 갈잎을 보면 눈가에 이슬 맺히는 노을 길에 가을비는 임의 소박한 노래처럼 후드득거리는데 방울방울 그리움이 독처럼 번져 목이 잠기고 내 마음은 갈잎을 닮아 빨갛게 그리움으로 노랗게 외로움으로 물들어 간다 바스락 소리에 돌아보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9.15
가을 서정(抒情) 가을 서정(抒情) 임 현 숙 가을을 만나면 누구는 외롭고 누구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누구는 서글프다 하는데 흔들리고 싶은 나는 바람의 집 길목 코스모스가 되고 싶어라. -림(20140920)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8.31
세월 따라서 세월 따라서 임 현 숙 어려선 엄마가 사탕 열 개보다 좋아서 잠깐이라도 눈에서 벗어나면 구구거리며 찾아다녔는데 혼자 문밖출입을 할 만큼 자라선 친구를 알게 되고 차츰 엄마의 순위는 밀려났다 그러다 이성이 마음에 들어온 후 엄마는 콩알처럼 더 작아져 버려 다락방에 밀쳐둔 장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8.28
뒷모습에 박인 그리움 뒷모습에 박인 그리움 임 현 숙 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은 수평선 너머에 그리움을 두고 온 사람이다 푸른 정맥에 흐르는 말간 피가 끈적해지는 동안 이 땅에 살아있도록 온기를 준 모든 것들을 잊지 못해 날마다 되새김질하는 사람이다 뒷모습이 젖어있는 사람은 다시 부둥켜안을 수 없는..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8.24
버리지 못하는 것들 버리지 못하는 것들 임 현 숙 잊고 살다 이사 갈 때나 꺼내 보는 애물단지들 개선장군처럼 버티고 있는 못다 한 언약 젊은 날의 꿈도 아마 평생 안고 갈 것이다 공허한 날 켜켜이 묵은 삶의 궤적들을 꺼내다가 다시 깊이 묻는다 먼지도 추억도. -림(20130106)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