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 창작의 비법은 없다 - 쓰고 또 써라 - 박재삼
3. 쓰고 또 써라
쓰는 일은 시 창작의 처음이자 끝이다.
시 창작의 실제는 쓰는 일에서 시작되고 쓰는 일로 끝이 나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딘가 에서는 수많은 시 지망생들이 습작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치열한 습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좋은 시가 창작될 리가 없다.
시 창작은 철저한 연습을 필요로 하고 문장과의 싸움을 원한다.
워즈워드의 말대로 "최상의 언어를 최상의 순서로 늘어놓은 것이 시"이기에
어떠한 문학보다도 준엄하고 치열한 언어의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써 보는 일에 부단한 노력 없이는 제대로 된 문장, 제대로 된 표현을 거쳐 제대로 된 시가
태어날 수가 없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시 창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분야이든 거기에서 프로가 되려면 자기와의 싸움과 수련은 필수적인 것이다.
나는 어쩌다가 TV에서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피겨스케이딩, 리듬체조, 기계체조 혹은 서커스의 묘기를 보고 놀라기도 하는데,
내가 더욱 더 감탄하는 것은 그런 묘기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피나는 수련이다.
도대체 얼마만큼이나 수련을 쌓았기에 저런 신기가 몸에 배었을까를 생각하면 가슴마저
서늘해지고 숙연해진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한다.
그 무엇이든 한 가지씩은 신께서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를 써 보려고 하고 거기에 뜻을 둔 지망생들은 분명 시에 대한 재능을 갖고 있다.
시에 관심이 있고, 또 그것을 좋아하고 자기 스스로 써 보려고 한다는 것은
재능의 싹을 갖고 있다는 표시이다.
그러나 자기 안에 무궁무진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더라도 각고의 노력 없이는
그것들은 스스로 솟아나지 않는다. 그냥 묻혀 버리기 십상이다.
거듭 써 보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런 수련과정에서 자기만의 개성과 독창성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위대한 예술적 성취를 이루고 이름을 빛낸 사람들이 남다른 자기 노력을 기울인
일화들을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 동진 때 서예가로 이름을 떨친 사람이 왕희지(王羲之)다.
그의 필체는 신기에 가까울 만큼 힘차고 살아있는 듯 생동했다고 한다.
이런 왕희지에게 서예의 비결을 묻는 한 젊은이가 찾아왔다.
왕희지는 아무 말 없이 그를 자기 집 후원으로 데리고 갔다.
그 후원에는 엄청나게 큰 물독이 18개나 있었는데 왕희지는 그 물독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물독 속에 내 서예의 비법이 있네."
젊은이는 조심스럽게 모든 물독을 들여다보고는 아무 것도 찾아낼 수 없다고 하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저 18개의 물독에 든 물을 다 쓴 다음이면
내 말의 뜻을 알게 될 거네."
우리는 왕희지의 이 말 속에는 그의 탁월한 서예 솜씨가 부단한 수련 속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심지어는 그의 붓과 벼루를 닦았던 연못이 검게 변해 버렸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붓글씨를 연습했나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프랑스의 사실주의 작가로 유명한 에밀 졸라도 그의 습작시절
파지가 자기 키를 훨씬 넘었다고 한다. 그래서 위대한 예술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만큼 수련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수영선수가 최고의 수영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물 속에 뛰어들어 온 몸을 놀려야 하고
소리꾼이 득음을 하기 위해서는 목구멍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하는 것처럼
좋은 시를 창작하는 것도 다른 수가 없는 것이다.
오직 쓰고 또 쓰는 수련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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