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나무
임 현 숙
11월의 나무는
공연을 마친 연극배우처럼
관객이 썰물 진 무대
붉은 조명등을 하나둘 끈다
붉은 기염을 토할 때마다
고막을 찢던 탄성
더욱 열연하던 이파리들도
박수받으며 퇴장한 후
못다 한 욕망의 갈색 등
바람의 밭은기침에
아슬아슬한 초침의 그네를 탄다
연륜이 드러난 빈 가지에
가을비가 추근대도
잔뿌리마저 슬그머니 팔 오므리니
나무는 비로소 *'다 이루었다.'
동동 바람이 들려줄 먼 데 소식
언약의 새봄 잉태하려
겨울잠의 문지방을 넘는다.
-림(20151125))
*'다 이루었다.'-성경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