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밤에
임 현 숙
섣달그믐
돌아온 탕아처럼 예배실로 들어갔다
복음송도 새롭고
찬송가 가락도 변하고
따라 부르는 음성엔 뜨거움이 없었다
다시 돌아오기에 너무 멀어진
생명 시냇가
얼어붙은 심장이
가벼운 입술로
송구영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밤눈이 하얗게 길을 덮고 있었다
새해라는 백지 위에
회개의 첫 발자국
선명하게 찍으라는 듯
따라오며
주홍빛 그림자를 자꾸 지우고 있었다.
-림(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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