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섣달그믐 밤에

라포엠(bluenamok) 2015. 12. 31. 03:31


      
      섣달그믐 밤에
                                                                임 현 숙
      섣달그믐
      돌아온 탕아처럼 예배실로 들어갔다
      복음송도 새롭고
      찬송가 가락도 변하고
      따라 부르는 음성엔 뜨거움이 없었다
      다시 돌아오기에 너무 멀어진
      생명 시냇가
      얼어붙은 심장이 
      가벼운 입술로
      송구영신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밤눈이 하얗게 길을 덮고 있었다
      새해라는 백지 위에
      회개의 첫 발자국 
      선명하게 찍으라는 듯 
      따라오며
      주홍빛 그림자를 자꾸 지우고 있었다. 
      -림(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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