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도 / 강승애
나는 나무 속에 있고
당신은 길 위에 있습니다
비가 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나는
그 나무 속에서 내려서지 못하고
오르지도 못합니다
가끔은 나도 당신처럼
오르고 내리며
태양을 향해 걷고 싶습니다
걷다 보면
태양의 빛이 끝나는 길 위에는
별들의 길도 열리겠지요
걷다가 걷다가
걸음의 속살 벗겨져
낯선 길에 주저 앉으면
벽 거스르고
초롱꽃 향기 번져나는 미소로
내 손 잡아 줄 건가요
아니면
머리 들어 하늘 오르지 못하고
돌담 쌓을 건가요
지금 내 귓가에선
숨은 가지 타고 흐르는
머언 계곡 물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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