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그대가 처음 내게 오던 날/유정

라포엠(bluenamok) 2011. 10. 15. 10:53

 
      그대가 처음 내게 오던 날 / 유정
      그대가 처음 내게 오던 날
      그 가을 바닷가에서 실려보낸 
      항구에 찾아든 바람 같이 
      쓸쓸한 갯냄새가 배어 있었습니다
      한잔 술을 마신 외로움을 내려놓듯
      할말을 떨어뜨리며 
      가슴에 삼키는 전화 목소리에는
      그리움은 이미 붉어진 가을잎으로 
      가을 나무의 무릎을 베고
      구름속을 지나는 바람처럼 다가왔습니다
      내려 놓을수록 더 무거워지는
      갈색 고독을 배낭에 가득 짊어진
      잎이 넓은 가을나무의 가지 사이로
      조심 조심 바람으로 찾아왔습니다
      낯선 길을 찾는 작은 새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밟고
      반쯤 낙엽진 내 가슴의 가지에 날아와
      둥지없는 가지끝에 집을 지었습니다
      아직은 절망보다 희망의 빛이 더 밝은 나이
      그대가 찾아와 햇살처럼 따뜻한 정
      아침마다 한 소쿠리 담아 놓고
      저녁이면 그리움 두 소쿠리 담아 
      고즈녁한 밤별들에게 뿌리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글.....  (0) 2011.10.20
곰소항에서/이건청  (0) 2011.10.15
누군가를...  (0) 2011.09.19
가끔은 나도 / 강승애   (0) 2011.07.30
햇살에서  (0) 201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