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푸른 기억/송동균

라포엠(bluenamok) 2011. 2. 23. 14:41

 

 

푸른 기억

                송동균

 

무지갯살을 타고 가듯

고이 닦은 바람재를 넘으며

오늘은 태양열보다도 센 불땀을 품어 안고

가빠 오르던 당신의 숨길이

아직도 내 머리 끝에 예지롭습니다.

 

내일의 파란 꿈을 못 잊고

과원 길을 거닐며

세월이 바랜 시계 소리에

마음 간지러워

밤새

샛별들을 헤이던

당신의 까만 눈동자가

내 마음속 깊이 파고듭니다.

 

헤어져야 할 마지막 갈림길은

너무 선합니다

당신이 그만 떠나가실 때

필름처럼 쏟아 놓은

 

이미 저물어든 안갯빛 마음과 함께

당신의 발자국은 멀어졌지만

당신의 음악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는

가을 새벽 달빛에

가벼웁게 음율을 타고 오는 바람소리와도 같이

지금도 내 온 신경을 타고 돕니다.

 

당신이 마지막 밟고 간 과원 길을 거닐며

이제 아무 두려움 없이

꿈을 그리듯

나의 생각이 허공을 헤매이면

그날 당신의 검정머리 외가르마가

아스라이 뻗어 내린 고향 길 같았고

 

다시금 별 하나 별 둘

손마디를 굽히며

새벽 바람에 씻기운 별들을 헤이던

당신의 까만 눈동자가

내 마음속 깊이

푸른 기억 되어 굳어 갑니다.

 

*시작 노트 : 은사 미당 서정주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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