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이천이십년의 봄

라포엠(bluenamok) 2020. 3. 30. 05:14


이천이십년의 봄 임 현 숙 코로나바이러스가 판치는 봄날 문안에 갇혀 창밖의 봄을 바라보니 배꽃이 천사의 날개 같고 벚꽃은 만삭으로 낼모레 순산하겠다 지구촌 방방곡곡이 신음하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한 번의 봄이 활짝 피어나는 중이다 집안에 묶인 몸을 봄은 얄밉게 홀리지만 기억의 물레방아만 돌릴 수밖에 너와 내가 더 멀어지는 이 시절이 잔인해도 깜빡이나마 바이러스의 무게를 잊게 하는 철부지 봄이 고맙다. -림(20200329)

 

이천이십년의 봄

 

임 현 숙

 

 

코로나바이러스가 판치는 봄날

문안에 갇혀 창밖의 봄을 바라보니

배꽃이 천사의 날개 같고

벚꽃은 만삭으로 낼모레 순산하겠다

지구촌 방방곡곡이 신음하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한 번의 봄이 활짝 피어나는 중이다

집안에 묶인 몸을

봄은 얄밉게 홀리지만

기억의 물레방아만 돌릴 수밖에

너와 내가 더 멀어지는

이 시절이 잔인해도

깜빡이나마

바이러스의 무게를 잊게 하는

철부지 봄이 고맙다.

 

-림(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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