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독서 - 김왕노
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중 독서이기도 하네.
하루를 마치고 새색시와 새신랑이
부드러운 문장 같은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도 독서 중 독서이네.
아내의 아픈 몸을 안마해 주면서 백 년 독서를 맹세하다
병든 문장으로 씌여진 아내여서 눈물 왈칵 쏟아지네.
김왕노
1957 경북 포항 출생.
1992년 <매일신문>을 통해 등단.
공주교육대학, 아주대학교 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슬픔도 진화한다> <말달리자 아버지> <사랑, 그 백 년에 대하여> 등이 있음.
한국해양문학대상, 지리산문학상, 박인환문학상 등 수상.
<시와 경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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