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클라멘 화분과 나
임 현 숙
창가에 놓인 시클라멘 화분
봄볕 소나기에 목이 말랐는지
하얀 꽃 이파리 가로누웠네요
시원하게 물 샤워를 시키니
흰 꽃나비 날아갈 듯 날개를 펼쳐요
시들어가며 얼마나 애타게 나를 바라보았을까요
주인님, 타들어 가는 제 모습이 안 보이시나요
나도 하늘이 기르는 무명초여요
한 때 갈망에 몸부림쳐도 응답이 없을 적
가만히 바라만 보는 줄 알았었지요
가까스로 물을 찾아 일어서며 깨달았어요
숨 넘어가는 고비에서도
나의 주인은 바로 해갈해 주지 않고
스스로 우물을 찾도록 지혜롭게 하셨어요
시클라멘과 달리
나는
내 주인의 형상으로 지어졌잖아요.
-림(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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