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시클라멘 화분과 나

라포엠(bluenamok) 2022. 4. 21. 03:30

 

 

 시클라멘 화분과 나

                                             임 현 숙

 

창가에 놓인 시클라멘 화분

봄볕 소나기에 목이 말랐는지

하얀 꽃 이파리 가로누웠네요

시원하게 물 샤워를 시키니

흰 꽃나비 날아갈 듯 날개를 펼쳐요

시들어가며 얼마나 애타게 나를 바라보았을까요

 

주인님, 타들어 가는 제 모습이 안 보이시나요

 

나도 하늘이 기르는 무명초여요

한 때 갈망에 몸부림쳐도 응답이 없을 적

가만히 바라만 보는 줄 알았었지요

가까스로 물을 찾아 일어서며 깨달았어요

 

숨 넘어가는 고비에서도

나의 주인은 바로 해갈해 주지 않고

스스로 우물을 찾도록 지혜롭게 하셨어요

 

시클라멘과 달리

나는 

내 주인의 형상으로 지어졌잖아요.

 

 

-림(202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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