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생일에 쓰는 유서

라포엠(bluenamok) 2011. 9. 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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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꿈을 그리며
들꽃이 되고 싶었던 
영원한 소녀
하늘로 이사하다  
                ********
                                                               

 

생일에 쓰는 유서

                   안개비/임현숙

 

 

하나...

하늘의 별을 헤던 시절

가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이 내 별이라 우겼지요

그 별나라의 공주라고...

세월이 흘러 반백이 된 지금 다시 하늘을 보니

가장 못난이 별이 나의 별입니다

엄마로 부터 떨어져 나와

하늘에 사다리를 걸치고 한 계단씩 오르고 있지만

세상이 너무 좋아 뒤돌아 보느라 늘 그자리입니다

하늘에 한 발 세상에 한 발 양다리 걸치고

박쥐처럼 살고있는 저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도 생명 주심에 감사하지요

은혜를 먹고 감사의 옷을 걸친 듯 위장한 모습은 아닌지

신앙의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어 봅니다

언젠가 다시 임에게로 돌아가는 날

맨발로  달려 나오셔서 안아 주실지

문 밖에서 통곡의 맷돌을 갈아야할지요

번민과 삶의 무게로 변질된 내 사랑을 다 알고 계신 임

그래도 사랑한다 들려주시는 음성이 들리는 아침입니다

둘...

'보랏빛 꿈을 그리며

들꽃이 되고 싶었던

영원한 소녀

하늘로 이사하다'

내 묘비명에 이렇게 써 주세요

민들레가 되고 싶었지요

이른 봄 지천에 널린 키 작은 민들레

밟혀도 꿋꿋이 일어서고

뽑아도 새록새록 올라오는 집념의 꽃

어느 집 화병에서 시들어 가는 장미꽃 보다

숨어 피어도 아름다운 키 작은 들꽃으로

저믄 들녘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의 심장에

단 한송이의 꽃으로 피고 싶었어요

그윽한 향기로  지긋이 눈 감게 하고 싶었어요

그림속에 화려한  향기 없는 꽃보다

소박하고 겸손한 민들레향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셋...

좋은 아내가 되지 못했습니다

사랑 받기만을 투정했지요

어쩌면 남편보다 아버지의 사랑을 더 원했던 것 같아요

나만 위해주고 나만 바라보고...이기적 사랑

그래서 미안합니다

당신의 작은 잘못에는 내 탓도 있었어요

돌아 보면 후회로 가슴 아픈 시간입니다

기러기로 시작해서 지금은 펭귄이 되어 날지도 못하는 당신

가시고기의 삶을 자청해 헌신하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머잖아 독수리로 날아올 날을 기다리며

행복한 미래를 그려봅니다

넷...

따뜻한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내 분신인 아이들을 사랑하는 줄 알았습니다

내 잣대에 어긋나는 것만을 책망하느라 불협화음이 일기도 했지요

사랑을 회초리로 표현 했어요

사랑은 등을 토닥거리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것입니다

자라면서 큰 말썽 없이 잘 자라

제 몫을 하는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합니다

엄마보다 낫다는 소리가 제일 행복한 말입니다

세 아이 모두 제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꼬무락 거리는 예쁜 새깽이를 낳을 때가지

곁에 머무를 수 있을런지...

 

오늘 하루가 마지막 날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살고 싶습니다

미련없이 그리워 하렵니다

온 맘 다해 사랑하겠습니다.

 

 

                              Sep.02,2011 Lim

 

 

 

첨부이미지

 

 

 

*^^    친구님~  ^^*

      9.2 오늘은 제 생일 입니다

      그냥 생일을 맞아 끄적여 본 글이예요

      퇴고없이 써 내려간 글이니 흉 보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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