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라포엠(bluenamok) 2024. 7. 26. 01:14

 

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임현숙

 

 

친구네 여름 텃밭에 초록 물이 여물었다  

은근한 볕이 빚은 햇술 풋내 마을을 서성거리고

솜털 가시 옷 입은 호박잎 울타리는

푸성귀 밭의 파수꾼 

 

오가는 눈길 머무는 한낮 정경이 푸짐하다  

 

볕에 그슬린 곱슬이 상추

햇술에 만취해 벌러덩 누운 부추

큼직한 *슈룹 들고 선 머윗대    

그물처럼 엉긴 참나물 수풀엔

바람이 걸려 웅웅거리는

친구네 풀잎 밥상 

 

외갓집 평상에서 고추 상추쌈 싸 먹던

푸름의 여름

찰옥수수 냄새 군침 삼키던

그날 눈앞에 있다 

 

친구네 여름 텃밭은

알싸한 입맛이 농익어 가고

두고 온 것들을 불러내는

구수한 외할머니 밥상 

 

물밀듯 차오르는

풀빛 고향이다.  

 

-림(20240707) 

 

*슈룹: 우산의 순우리말

'나목의 글밭 > 시2·다시 부르는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구름의 바람  (0) 2024.08.02
첫_이란  (0) 2024.07.30
양은 도시락의 추억  (1) 2024.06.11
라스 베이거스  (1) 2024.06.05
그리움의 등을 켜니  (0) 202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