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두물머리 미루나무

라포엠(bluenamok) 2015. 3. 6. 05:10


      두물머리 미루나무 임 현 숙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사백여 년을 살아온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남 총각 북 처녀의 눈물이 만나 얼싸안는 것을 지켜보았고 세상 소풍을 끝낸 영혼의 껍데기가 먼지처럼 강물에 흩날리는 것도 연인들의 진한 사랑의 몸짓도 나뭇가지 사이로 훔쳐보았다 사랑을 잃고 서럽게 훌쩍이는 등 뒤에선 그림자 드리우며 토닥였지 어쩌다 버거운 삶의 짐을 신짝에 벗어놓고 강물로 들어가는 뒷모습엔 말릴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가지만 흔들어 댔다 비가 내리는 두물머리엔 사연들이 개구리울음을 운다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늙어가는 미루나무는 속이 썩어 문드러졌겠다 그대라는 강물이 내게로 오는 동안 내 마음의 강물도 두물머리로 달려간다 우리 해후하는 날 미루나무 곯은 속이 두근두근 살아나면 좋겠다. -림(201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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