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미루나무
임 현 숙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사백여 년을 살아온 미루나무 한 그루가 있다
남 총각 북 처녀의 눈물이 만나
얼싸안는 것을 지켜보았고
세상 소풍을 끝낸 영혼의 껍데기가
먼지처럼 강물에 흩날리는 것도
연인들의 진한 사랑의 몸짓도
나뭇가지 사이로 훔쳐보았다
사랑을 잃고 서럽게 훌쩍이는 등 뒤에선
그림자 드리우며 토닥였지
어쩌다 버거운 삶의 짐을 신짝에 벗어놓고
강물로 들어가는 뒷모습엔
말릴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가지만 흔들어 댔다
비가 내리는 두물머리엔 사연들이 개구리울음을 운다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늙어가는 미루나무는
속이 썩어 문드러졌겠다
그대라는 강물이 내게로 오는 동안
내 마음의 강물도 두물머리로 달려간다
우리 해후하는 날
미루나무 곯은 속이
두근두근 살아나면 좋겠다.
-림(201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