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혜원 박영배
언젠가 당신이
달빛으로 다녀간 마음 한구석
소슬바람에 생채기가 덧나
속앓이가 생겼습니다
밤마다 저며오는 고요,
이슬의 숨소리를 들으며
뒤척이는 마른 잎사귀들
몸을 감춘 산 그림자
당신 닮은 어둠은
눈물 꽃으로 활짝 피어나
악성 류머티스 같은 생채기에
나는 자꾸만 흔들립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엄습해오는
구월, 깊고 어두운 창밖으로
영영 닿을 수 없는 사연들이
바람처럼 나풀거립니다
구름 사이로 별을 봅니다
서로 주고받는 말은 없지만
나는 "보고 싶다" 하고
당신은 자꾸 "미안하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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