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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사연 - 도종환

라포엠(bluenamok) 2014. 8. 27. 15:05

 

 

 

 

사연 - 도종환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모란이

그 짙은 입술로 다 말하지 않듯,

바다가 해일로

속을 다 드러내 보일 때도

해초 그 깊은 곳은

하나도 쏟아 놓지 않듯,

 

사랑의 새벽과

그믐밤에 대해 말 안하는게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한평생을 살아도

말 못하는 게 있습니다.

 

들에 피는 꽃들도,

언덕을 넘어가는 바람도,

부딪히는 파도도,

서쪽하늘로 넘어가는 노을도.

그렇게 말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한 평생을 살아도

말 못할 사연 한 가지씩 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네 사는 삶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닮은 듯 합니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사연 하나씩 가지고 가듯.

내가 지나온 시간들속에

사연 하나씩 가슴에 품고 옵니다.

 

그렇게

한 평생을 살았어도

저 혼자 노을 속으로 가지고 가는

아리고 아픈

이야기들 하나씩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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