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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갈치국과 갈치조림

라포엠(bluenamok) 2011. 10. 22. 12:10

 

 

 

갈치국과 갈치조림

                   /안개비 임현숙

 

 

 

산새 소리에 눈을 뜨고 싶은 아침

가을비가 내린다

회색 도로에 반짝이는 빗물이 마치 은갈치가 유영하는 것 같아

불현듯 갈치조림이 생각나 아침부터 입맛을 다신다

엄마가 해 주시던 갈치 반찬,

여고 시절 밥상에

은 비늘 갈치조림이 자주 올라왔는데

무 넣고 국물이 찰랑하게 끓인 갈치국 같았다

국물은 입에도 안대고 갈치 토막만 건져 먹으며 투덜거렸다

국물 없이 자박자박 조려주면 안 돼! 

다음번에도 어김없이 토막 난 갈치가 둥둥 떠다녔다

결혼하고  부엌일을 하게 되면서

내 방식대로 국물이 다 졸아 윤기 흐르게 조림을 해 먹었다 

오늘은 엄마 표 갈치국이 먹고 싶어

내친김에 그 맛을 내볼까 해서

커다란 냄비에 무를 숭숭 썰어 담고

그 위에 갈치를 올리고 물을 찰랑하게 부은 후

갖은 양념장을 끼얹어 한소끔 끓였다

불을 줄이고 무에 간이 배기를 기다리는데

온 집안에 얼큰한 냄새가 진동한다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나?

엄마의 갈치국은 허여스름했는데...아차 싶었지만

이미 매운탕이 돠고 말았으니 어쩔 수 없지

둘째 딸과 마주한 식탁에서

국처럼 한 사발씩 떠서 밥을 먹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맛은 있었지만

엄마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꿈에도 안 보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

콧물을 훌쩍이는 건

맵고 뜨거워서 그런 거야...

 

 

                              Oct.21.2011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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