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국과 갈치조림
/안개비 임현숙
산새 소리에 눈을 뜨고 싶은 아침
가을비가 내린다
회색 도로에 반짝이는 빗물이 마치 은갈치가 유영하는 것 같아
불현듯 갈치조림이 생각나 아침부터 입맛을 다신다
엄마가 해 주시던 갈치 반찬,
여고 시절 밥상에
은 비늘 갈치조림이 자주 올라왔는데
무 넣고 국물이 찰랑하게 끓인 갈치국 같았다
국물은 입에도 안대고 갈치 토막만 건져 먹으며 투덜거렸다
국물 없이 자박자박 조려주면 안 돼!
다음번에도 어김없이 토막 난 갈치가 둥둥 떠다녔다
결혼하고 부엌일을 하게 되면서
내 방식대로 국물이 다 졸아 윤기 흐르게 조림을 해 먹었다
오늘은 엄마 표 갈치국이 먹고 싶어
내친김에 그 맛을 내볼까 해서
커다란 냄비에 무를 숭숭 썰어 담고
그 위에 갈치를 올리고 물을 찰랑하게 부은 후
갖은 양념장을 끼얹어 한소끔 끓였다
불을 줄이고 무에 간이 배기를 기다리는데
온 집안에 얼큰한 냄새가 진동한다
고춧가루를 너무 많이 넣었나?
엄마의 갈치국은 허여스름했는데...아차 싶었지만
이미 매운탕이 돠고 말았으니 어쩔 수 없지
둘째 딸과 마주한 식탁에서
국처럼 한 사발씩 떠서 밥을 먹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맛은 있었지만
엄마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꿈에도 안 보이는 엄마가 보고 싶다
콧물을 훌쩍이는 건
맵고 뜨거워서 그런 거야...
Oct.21.2011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