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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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도시락의 추억

양은 도시락의 추억 임 현 숙   겨울이 오면교실 조개탄 난로 위에노란 도시락 탑이 쌓였지양은 도시락 안에서김치가 볶아지고누룽지 냄새 코를 씰룩였어난로 뒤에 앉은 친구는수업 시간 내내도시락 층 바꾸느라 수업은 건성이고이 교시 끝나는 종 울리기 무섭게속전속결 하는 전투가 벌어졌어김치 콩자반 달걀부침이 단골이었지만먹고 돌아서면 고픈 소녀들에겐황제의 식탁이었지이따금 소시지를 발견하면화살 빗발치듯 젓가락이 노략질했지소시지 주인은 한 조각도 맛 못 보았지선생님 오신다는 신호에입안에 밥 물고 냄새는 나 몰라라시침 뚝 떼었어묵묵히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은아마도 비염을 앓았을 거야.   -림(20150105) https://www.youtube.com/watch?v=Mlz_YpKfwV0&t=3s

욕실 물때, 부엌 기름때 없애는 방법

https://www.vanchosun.com/news/main/frame.php?main=1&boardId=17&bdId=81371&sbdtype= [밴쿠버 조선일보]"욕실 물때·부엌 기름때 없애려면···" 화학과 교수의 초간단 청소법지난 2019년 3월, 일본 야구의 전설인 스즈키이치로(鈴木一朗) 선수가 28년 동안의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일본 언론에 따르면, 선수 생활을 접은 이치로www.vanchosun.com

라스 베이거스

라스 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 베이거스는  금별무리 반짝이는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무료한 집고양이  저마다 빛나는 호텔에 들어서면  도박장이 눈을 맞추고  홀린 사람들 곁 지나며  대박 한번 당겨보고 싶어 꼬리가 근질거린다 따가운 햇볕이 호령하는 거리를 개미 떼처럼 밀려가는 사람들 소박한 눈이 호강하는 명품전 내 이름표 달고 싶은 빌딩이 춤추는 거리에 차마 슬픔은 얼굴을 내밀지 못한다  키만 큰 팜 트리가  제 손바닥만 한 그늘을 내어주는 거리를  숨차게 기웃거리다  꼬리 축 처져 호텔 방에 들어서면  묵직한 고요가 안아주는 쓸쓸하지 않은 곳   늙은 집고양이  집 밖에서 지낸 며칠  달러로 작은 행복을 살 수 있었다.   -림(20190528)  htt..

그리움의 등을 켜니

그리움의 등을 켜니 임 현 숙   초록빛 꿈을 그리던젊은 날은지문조차 닳아버린 기억 안갯속을 헤맬 때면책갈피에 길이 있을 것 같아눈동자에 별똥별이 흐를 때까지헤르만 헤세를 탐미하고빨간 줄을 그어가며 외우곤 했다 오롯이 앞만 보고 달릴 땐하늘이 네모난 창문 크기만 했는데그리움의 등을 켜니창문이가 없는 하늘만 하다 두고 온 날들의 이야기나를 스쳐 간 것들이돌아 달려올 때면별똥별 해일이 몰아친다. -림(20130621) https://www.youtube.com/watch?v=KSopc-HDZcE

비응급 환자 위한 1차 진료센터 랭리점 오픈

비응급 환자 위한 1차 진료센터 랭리점 오픈 (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비응급 환자 위한 1차 진료센터 랭리점 오픈▲UPCC 버나비점 진료 센터 내부 사진.앞으로 랭리와 랭리 근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1차 긴급 진료에 대한 접근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9일 BC보건부는 응급실 방문 없이www.vanchosun.com

엄마의 빨랫줄

엄마의 빨랫줄 임 현 숙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펄럭이고 있었다엄마가 불쑥 그리운 날먼저 가신 하늘에 빨랫줄 매어 놓고엄마의 호박꽃 미소를 널어 본다. -림(20090709)

안개 도로

안개 도로  임 현 숙   온종일 안개가 마을을 먹고 있다 시골집 굴뚝에서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꾸역꾸역 달려와 지붕을 삼키고 키 큰 나무를 베어 먹더니 지나는 차까지 꿀꺽한다 잿빛 도로가 덜거덕거리며 어깨를 비튼다 문득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에 업은 삶의 무게가 저 길만 할까 싶다 달리는 쇳덩어리에 고스란히 밟히다가 달빛이 교교한 새벽녘에서야 숨을 돌린다 신과의 싸움에서 진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처럼 거북등 같은 저 길도 돌아눕지 못하는 모진 형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수은등 빛 안개가 아픈 등을 핥으면 워어워엉 슬픈 울림이 안갯속을 걸어 다닌다 길은 붉은 눈물을 떨구고  바라보는 내 등에 날개가 돋는다.  -림(20140117) htt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