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이영혜
언제부턴가
엄마의 다리에 검푸른 길이 솟아올랐다
곧 바닥을 드러낼,
경작할 수 없는 칠순의 폐답(廢畓)
가늘어진 팔과 다리 창백한 살빛 아래
드러난 고지도(古地圖)를 읽는다
저 길을 밟아 밥을 벌어 오고
수십 번 이삿짐을 옮겼을,
저 길에서 나의 길도 갈라져 나왔을 것이다
이제 길은 옹이처럼 툭툭 불거지고
점점 좁아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마도 앙상한 저 생의 무늬는
내가 다 갉아먹고 버린
낙엽의 잎맥
파삭파삭 금세라도 부서져 내릴 듯한
엄마의 길을 따라가며
잠시 내 발길을 되돌려 보는데
어느새 내가 밟아 온 길들이
내 팔뚝과 정강이에도 퍼렇게
거미줄처럼 인화되고 있다
시집 -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 (2014. 천년의 시작)에서
이영혜 - 서울 生 2008 『불교문예』 신인상.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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