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모란이 피네-송찬호

라포엠(bluenamok) 2014. 5. 24. 01:28

 

 

 

 

모란이 피네-송찬호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 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 놓는 모란 보자기

 

 

 

                       —《시작》2014년 봄호

 

 

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Tree Peony of My Backyard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나무 부부 - 반칠환   (0) 2014.07.10
자화상-서정주  (0) 2014.06.28
그대 오는 길 등불 밝히고-이해인  (0) 2014.05.22
하지정맥류-이영혜   (0) 2014.05.14
詩가 된 이름 /山雲 신현복   (0) 2014.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