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네-송찬호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 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 놓는 모란 보자기
—《시작》2014년 봄호
송찬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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