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하지정맥류-이영혜

라포엠(bluenamok) 2014. 5. 14. 00:06

 

 

 

하지정맥류-이영혜      

 

                   

 

 

언제부턴가

엄마의 다리에 검푸른 길이 솟아올랐다

 

곧 바닥을 드러낼,

경작할 수 없는 칠순의 폐답(廢畓)

가늘어진 팔과 다리  창백한 살빛 아래

드러난 고지도(古地圖)를 읽는다

저 길을 밟아 밥을 벌어 오고

수십 번 이삿짐을 옮겼을,

저 길에서 나의 길도 갈라져 나왔을 것이다

이제 길은 옹이처럼 툭툭 불거지고

점점 좁아지며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아마도 앙상한 저 생의 무늬는

내가 다 갉아먹고 버린

낙엽의 잎맥

파삭파삭 금세라도 부서져 내릴 듯한

엄마의 길을 따라가며

잠시 내 발길을 되돌려 보는데

 

어느새 내가 밟아 온 길들이

내 팔뚝과 정강이에도 퍼렇게

거미줄처럼 인화되고 있다

 

 

 

시집 - 식물성 남자를 찾습니다(2014. 천년의 시작)에서

 

 

이영혜 - 서울 2008 불교문예신인상.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