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깐 다녀가며 신청할 생각은 ‘금물’..해외 송달 안 되고 재외공관 신청은 불가능 위임 가능하지만 신청 시점에 위임자 한국에 있어야..출입국 증빙은 전산 대체 가능해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에 대한 동포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 장기간 거주하면서 수시로 신분 증빙에 애를 먹었던 재외국민으로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오랜 기간 외국에 살아 한국의 행정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동포들은 짧은 시간 한국을 다녀가며 취득할 수 있는 신분증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례도 발생한다. 본지는 제도의 실질적 수혜자인 재외동포 독자들이 시행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취재, 보도한다. - 편집자 주 -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의 동포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에만 신청이 가능하다. 외국에 있는 한국 재외공관에선 신청이 불가능하다. 뉴욕에 사는 미국 영주권자 동포가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에 가서 신청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계 시민권자라면 이 제도와 관련이 없다. 재외국민선거제도와 마찬가지다.
‘시민권자’ 당연 제외..신청 후 발급까지 최대 10일 감안해야
신청 및 발급비용은 무료다. 현행 제도에 따라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이 분실 등의 이유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으려면 5000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재외동포의 소속감과 일체감 형성이라는 취지를 살려 재외국민에게는 무료로 발급하게 된다.
실제 발급되기까지는 신청한 날로부터 최장 10일 정도 걸린다. 한국에 있는 국민이 신청하는 주민등록증과 동일하게 7일에서 10일 정도가 소요된다. 주민등록증과 여권, 화폐 등은 한국조폐공사에서 만들어 신청지로 보내지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증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5박6일 간 한국의 부모, 형제, 친지를 만나고 다시 출국하는 일정을 계획했다면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은 발급받기 힘들어진다. 정부는 신분증의 해외발송을 일체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신청한 뒤 찾아가지 않은 신분증을 우편으로 외국까지 보낼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이 제도는 ‘30일 이상’ 한국에 거주할 경우에 사업과 생활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30일 이상 한국에 거주 한다’는 점을 신청자가 스스로 밝히면 되기 때문에 그 보다 짧은 기간 한국을 다녀가면서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신분증의 해외발송 또는 재외공관 신청이 가능한지 엉뚱한 문의들이 접수되는 이유다.
한국에서 줄곧 살아온 국민들에겐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지내온 재외국민들에게는 말소된 주민등록번호를 되찾고 새로운 대한민국 신분증을 얻는다는 것이 단순한 행정절차 이상의 의미일 수 있다.
그래서 해외 동포사회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내용을 잘못 이해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 주민등록증과 유사..그러나 다른 점 꼼꼼히 챙겨야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한인 영주권자 A(54)씨는 신청하면 당일에 즉석 발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올 봄 한국을 잠깐 다녀갈 때 신청할 생각이었다. 한인단체 임원으로서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A씨는 “고국에 대한 소속감과 국민으로서 일체감을 얻으려는 욕구가 강한 중장년층 동포들 가운데 나처럼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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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시안(사진=행정자치부) | 호주 시드니에 사는 동포 B(45)씨는 원유철 의원이 관련 법안을 처음 대표 발의한 지난 2012년부터 줄곧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에 관심을 보여 왔다.
영주권자였던 B씨는 사업상 북한을 다녀올 일이 예상되자 고심 끝에 지난해 호주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한국계 호주인 시민권자가 되면서 재외국민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됐다.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은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발급돼온 기존 주민등록증과 신청 절차가 대체로 유사하다. 그러나 다른 점도 적지 않아 관심 있는 재외국민이라면 정확한 내용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신청은 거주지를 관할하는 읍·면사무소 또는 동주민센터로 하면 된다. 기존 동사무소는 동주민센터로 명칭이 달라졌다.
고향이 서울인 프랑스 영주권자 동포가 사업차 한국을 방문해 제주도 서귀포시에 머물고 있다면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동사무소를 찾아가 신청하면 된다. 과거 주민등록지인 서울까지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
당일 발급 꿈꾸다간 ‘낭패’..즉석 사진촬영 안 돼 증명사진 지참해야
신청에 앞서 반드시 사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칼라 반명함판(3x4)’ 사진을 지참하면 된다. 개정된 한국 법령에 따라 ‘칼라 여권용(3.5x4.5)’ 사진도 제출이 가능하다. 모자를 쓰지 않고 상반신이 나오도록 찍은 사진이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은 신분증을 신청하면 공무원이 관공서에 설치된 디지털카메라로 즉석에서 인물 사진을 찍는다. 이런 나라에서 오랜 기간 살아온 재외국민일수록 한국에서 신청하는 날 사진을 가지고 가지 않아 자칫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현행 주민등록법령은 외장하드 또는 USB 같은 디지털 저장장치와 인터넷 이메일에 보관해둔 증명사진 파일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인화된 사진을 들고 가야 한다.
신청한 읍면사무소 또는 동주민센터에 다시 찾아가 직접 받아오거나 등기우편으로도 수령이 가능하다. 등기우편으로 받으려면 우편료 3100원을 신청자가 부담해야 한다. 신청할 때 한국 핸드폰 번호를 공무원에게 알려주면 발급 사실을 문자로 알려준다.
재외국민으로 등록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때 말소됐던 옛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주민등록이 말소됐을 뿐 번호 자체가 없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한국에서 주민등록을 신청한 사실이 없었다면 새롭게 번호가 부여된다.
미국은 그 나라 땅에서 태어나면 국적을 부여한다. 그러나 외국에서 태어나 성인이 됐어도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이 경우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거주자 여권에 주민등록번호가 없게 된다. 재외국민으로 등록하면 새 번호를 받을 수 있다.
등록 땐 옛 번호 그대로..위임 신청은 위임자가 한국 있어야 가능해
동포 C(32)씨는 기업 주재원으로 해외에 파견된 부모를 따라 16세 때 독일로 건너간 영주권자다. 그가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한국에 장기체류하면서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을 신청한다면 C씨도 생애 처음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받게 되는 셈이다.
효자인 C씨는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는 영주권자 부모에게 ‘효도 선물’로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드릴 생각이었다. 부모로부터 위임을 받았고 증명사진도 지참했지만 부모의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은 신청할 수 없다.
개정 법령에 따르면 반드시 신청 시점에 위임자가 한국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C씨의 부모가 독일에서 한국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C씨가 한국에서 부모를 대신해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위임 신청 때에는 주민등록 신고 대상자가 현재 한국에 있는지 정부가 확인할 수 있도록 출입국사실증명서를 내야 한다. 그러나 ‘행정정보공동이용’에 동의하면 즉석에서 전산으로 확인이 된다. 동의하지 않으면 다시 증명서를 가지고 와야 한다.
한국에 있으면서 ‘오프쇼어(off shore)’로 영주권을 신청한 D(28)씨는 최근 영주권이 나와 영구 이주를 앞두고 있다. D씨가 이달 22일 이후 이주할 계획이라면 사전에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을 신청한 뒤 발급받아 출국할 때 가지고 나갈 수 있게 된다.
오는 2월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E(26)씨는 최근 지갑을 잃어버리면서 주민등록증을 함께 분실했다. E씨는 외국에 나갈 때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을 갖고 갈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유학생은 재외국민이 아닌 일반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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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민원실의 모습(사진=광주시청 홈페이지) |
‘대리 수령’ 불가능 하지 않아..발급 전 출국 땐 반드시 ‘출국 신고’해야
주민등록증을 신청한 재외국민이 발급 전에 출국한 경우 대리인 수령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 내부지침인 ‘사무편람’은 동일 세대원, 배우자, 직계혈족 등이 찾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외국에 있는 신청자에게 우편 송달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실제 거주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30일’이 되기 전에 출국하면서 신고를 안 하면 ‘거주불명’자로 추후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제 한국에 거주하면서 신분 증명이 필요한 재외국민이 신청할 것을 정부는 권고한다.
행정자치부(구 안전행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인 시행방침을 최근 확정하고, 시군구·읍면동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에 나설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행자부 주민과 관계자는 “재외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일체감과 소속감을 갖고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그 동안 재외국민이 한국에서 경제활동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은 애로사항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외국민’은 외국에 살거나 영주권이 있는 한국 국민을 의미한다. 재외국민과 구분되는 용어로 ‘한국계 외국인’이 있다.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다. 재외국민과 한국계 외국인을 합친 단어가 ‘재외동포’다. 재미동포, 재일동포, 재중동포 등 전 세계에 살고 있는 동포를 종합한 의미다.
허겸 기자 khur@dongponews.net kyoumhu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