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아름으로 장을 보러갑니다.
차를 달리다 보니 도랑곁에 민들레가 노오란 속살을 활짝 내보이며 방실방실 웃고 있네요.
해마다 이 때쯤이면 봄바람에 물들은 친구들이 나물캐러 가자며 부추겼어요.
밭둑에 쪼그리고 앉아 쑥을 캐는 친구,냉이를 찾아 허리를 구부리고 할머니 걸음을 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나는 쑥,나물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봄볕이 따스하고 한가로이 친구들과 노닥거리는게 좋아서
머리에 꽃을 꽂은 여처럼 배실배실 웃으며 쫓아다녔지요.
친구들이 쑥을 다섯주먹 뜯었을 때 내 바구니? (검은 비닐 봉지)에는 한주먹 될까 말까....
그런 것에는 별 욕심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쭈그리고 있는 모습이 싫은 것이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한참을 있노라면 낯 술 한잔 걸친듯이 얼굴이 벌개졌고
'요건 오늘 저녁 나물해서 신랑 먹이고 요건 데쳐서 냉동했다가 출출 할 때 쑥버무리 해 먹고,,,'
조잘조잘,그럴 때 보면 마치 갓 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처럼 들떠서 발개진 얼굴이 더 상기되곤 했었지요.
돌아오는 길에 오천원이면 갖은 나물에 된장찌게,비지찌개가 한 상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고 또 한참 수다를 떨었었지요.
이 곳에 와서 몇년을 지내다 보니 그런 호사 (?)를 누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때론 남편 흉도보고 시어머니 험담도 늘어 놓으며
도란도란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던 그 때 그 시절,그 친구가 그립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누리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새삼 생각나게 하는 토요일 이었습니다.
3.29.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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