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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위험한 평화-이화은

라포엠(bluenamok) 2014. 4. 28. 14:37

 

 

 

위험한 평화-이화은 

 

 

 

 

당신은 지금 세 접시째

만월 같은 뷔페 음식을 비우고 있는 중이다

사자는 일주일을 굶고 교미를 한다는데

 

굶은 사자의 눈빛을

가정에서 찾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위험이 사라진다고

다 평화가 오는 건 아니다

 

남자에게서 위험을 빼면 남편이 된다

 

변변한 죄 한 벌 없이

죄의식만 덧없이 깊어지는데

봄마다 아파트 입구를 막아서는

저 겹분홍 벚꽃들

 

세상의 모든 위험한 꽃들은

배고픈 수컷의 눈 속에서만 피어나는지

아파트 유리창에 낡은 불빛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는데

 

이 시대의 파수꾼들은 평화를 지키는가

지루한 평화로부터

위험을 지키는 자들인가

 

 

 

                         —《문예연구》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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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 경북 진량 출생. 1991년《월간문학》신인상 등단. 시집『이 시대의 이별법』『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절정을 복사하다』『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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