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평화-이화은
당신은 지금 세 접시째
만월 같은 뷔페 음식을 비우고 있는 중이다
사자는 일주일을 굶고 교미를 한다는데
굶은 사자의 눈빛을
가정에서 찾는 건 위험한 일이지만
위험이 사라진다고
다 평화가 오는 건 아니다
남자에게서 위험을 빼면 남편이 된다
변변한 죄 한 벌 없이
죄의식만 덧없이 깊어지는데
봄마다 아파트 입구를 막아서는
저 겹분홍 벚꽃들
세상의 모든 위험한 꽃들은
배고픈 수컷의 눈 속에서만 피어나는지
아파트 유리창에 낡은 불빛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는데
이 시대의 파수꾼들은 평화를 지키는가
지루한 평화로부터
위험을 지키는 자들인가
—《문예연구》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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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은 / 경북 진량 출생. 1991년《월간문학》신인상 등단. 시집『이 시대의 이별법』『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절정을 복사하다』『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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