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노천명
맘 속 붉은 장미를 우지직끈 꺾어 보내 놓고
그날부터 내 안에선 번뇌가 자라다
늬 수정 같은 맘에
나
한 점 티 되어 무겁게 자리하면 어찌하랴
차라리 얼음같이 얼어 버리련다
하늘보다 나무모양 우뚝 서 버리련다
아니
낙엽처럼 섧게 날아가 버리련다
노천명 盧天命 (1912. 9. 2 ∼ 1957. 12. 10)
황해도 장연(長淵) 출생.
진명학교(進明學校)를 거쳐, 이화여전(梨花女專)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이화여전 재학 때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 졸업 후에는 《조선중앙일보》 《조선일보》 《매일신보(每日申報)》 기자를 지냈고, 1941년부터 1944년까지 대동아전쟁을 찬양하는 친일적 작품들을 남겼다. 8 ·15광복 후에는 《서울신문》 《부녀신문》에 근무하였다. 6 ·25전쟁 때는 미처 피난하지 못하여 문학가동맹에 가담한 죄로 부역 혐의를 받고 일시 투옥되기도 하였다. 이화여전 재학 때인 1932년에 시 《밤의 찬미(讚美)》 《포구(浦口)의 밤》 등을 발표하였고, 그 후 《눈 오는 밤》 《사슴처럼》 《망향(望鄕)》 등 주로 애틋한 향수를 노래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1938년 초기의 작품 49편을 수록한 제1시집 《산호림(珊湖林)》을 출간하였다. 1945년 2월에 제2시집 《창변(窓邊)》을 출간하였는데, 여기에는 향토적 소재를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노래한 《남사당(男寺黨)》 《춘향》 《푸른 5월》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제3시집 《별을 쳐다보며》(1953)에는 부역 혐의로 수감되었을 때의 옥중시와 출감 후의 착잡한 심정을 노래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밖에 수필집으로 《산딸기》 《나의 생활백서(生活白書)》 등이 있다. 널리 애송된 그의 대표작 《사슴》으로 인하여 ‘사슴의 시인’으로 애칭되었다.
[노천명 시의 특징 세 가지]
그의 시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기 중심적인 정서 특히 고독에 대한 심도있는 표현. 둘째, 시인 자신의 농촌 생활로부터 그려낸 향토적인 정경의 객관적 묘사. 셋째, 역사적 국가적 인식의 반영이 바로 그것이다.
"사슴", "자화상"같은 그의 대다수 걸작에서 자유분방한 정서의 면모를 첫번 째 특징의 본보기로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창조성은 고독이나 슬픔의 단순한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그러한 감정 표현을 통하여 더욱 더 심오한 자신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였다. 우수적인 시인은 실존론적 뿐만 아니라 본체론적 의미도 묘사하였다.
농촌생활에서 나온 그의 시는 주목할만 하다. 전통 문화와 민속에서 알권낸 이러한 작품은 대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향수를 결합하고 있다. 오랫동안 중학교 교과서에 게재된 "장날"은 가장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이다. 시인은 시를 통하여 어려웠던 농촌 시절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나이 또래 한국인들은 대부분 전원 생활을 겪었기에 그가 그려내는 세계는 친숙할 뿐만 아니라 공감하기에도 쉽다. 지금도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는 널리 호감을 사고 있다.
세번째 특징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는 판이하지만 일제 말 그의 활동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면이다. 그는 친일 신문인 매일신보 기자로 일하였다. 또 공식적인 일본 대표단 자격으로 일본군 점령하에 있던 중국 동북지방을 여행하였다. 더우기 일본의 점령을 찬양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표방하는 수많은 친일 시를 출간하였다. 해방 이후 매국노로 낙인찍혔고,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서울에 머무르던 그는 조선문학예술동맹에 참여하였다. 후에 체포되어 이적죄로 20년 형을 선고 받았으나 여러 시인들의 노력으로 6개월 후 풀려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은 그의 생애와 작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의 후기 작품에서 발견되는 역사적, 국가적 인식은 이러한 경험과 밀접히 관련된 것이고 다소 인위적인 경향이 보인다. 이러한 시는 그가 생존해 있을 때 발표되었고 이전의 작품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일본에 협조하게 된 경위와 감옥 생활을 시로 썼다. 또 공산주의자와 함께 이적죄로 체포되었고 옥중 생활을 하였으므로 반공, 애국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시집] : "산호림" (1938), "창변" (1945), "별을 쳐다보며" (1953), "사슴의 노래" (1958)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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