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연말정산

라포엠(bluenamok) 2022. 4. 21. 03:42

 

 

연말정산

 

                                            나목 임 현 숙

 

 

먼 옛날엔 연말이 다가오면

대중목욕탕에서 때 정산을 하곤 했다

그 시절 어머니 손길 그리워 먼 하늘 바라보다

오늘 때밀이 대신 마사지를 받는다

수줍은 첫 경험

미지의 문을 열고 들어서서

나보다 작은 여자의 안내를 받고 

탈의 후 엎드려 누워 심호흡하면

깊숙이 밀려오는 라벤더 향기

어제의 모자란 잠이 파도친다

그녀의 작은 손가락들이

피아노를 연주하듯 굴러갈 때마다

뻐근하다고 엄살 부리던 근육이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른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세포들에 주는 선물

석화된 마음마저도 마시멜로가 되어

미운 사람을 안아주고 싶어진다

사랑할까 두려운 연말정산이다.

 

 

-림(20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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