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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김치와 손녀

라포엠(bluenamok) 2022. 4. 21. 03:40

 

 

김치와 손녀

 

                                            나목 임 현 숙

 

 

만 네 살인 손녀

가르치지 않아도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는 솜씨가 놀랍다

나랑 한국말로 조잘거리다가

순간 지 아빠와 영어로 재잘거린다

자동 반사하는 그 이쁜 입술이

가끔 날 삐지게도 한다

'할머니 손에서 냄새 나'

'어휴 김치 냄새'

손을 깨끗이 씻어도

때로 음식 냄새가 배어있기 마련

냄새 묻은 손으로 주는 음식은 밀어낸다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김치

인이 박인 마약을

손녀와 더 알콩달콩 지내려면

멀리해야 할까.

 

-림(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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